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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 폐선로 활용이 경주 미래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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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12-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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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명물 중 하이라인파크가 있다.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과거 버려진 상업용 철도를 리모델링해 만든 공원이다. 이 철도는 과거 이 지역의 공장과 창고에 물자를 실어 날랐던 화물열차들이 사용했다. 그러나 화물열차의 역할이 화물트럭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철도는 무용지물이 됐다. 기능을 잃은 철도는 사실상 흉물로 수십년간 방치됐고 뉴욕시는 철도를 걷어내버릴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이 철도를 그대로 살려두면서 도심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뉴욕시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펼쳐 지금의 공원으로 만들었다.
   하이라인파크는 미트패킹 지역의 14가 아래부터 첼시 북쪽 자비츠 센터 34가까지 2.33㎞이어져 있다. 도심의 흉물이었던 철도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하고 갤러리와 식당, 값진 아파트를 세우면서 이 지역은 맨해튼에서도 매우 고급스러운 지역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연간 800만명이 찾는 대표적인 뉴욕 관광 명소가 됐다.
   하이라인파크의 건설 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긴 철도가 빌딩 숲 사이 도심을 파고든 형태여서 뉴욕 시민들의 일상과 가까이 위치한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형태지만 의도적으로 쉬거나 누울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원래 있었던 철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도록 설계해 옛스러움과 현대미가 적절하게 조화되도록 했다.
   서울시는 정밀안전진단에서 수명이 다한 서울역고가도로를 보행자만 다니도록 하는 도시재생공원을 만들었다. 서울로 7017이다. 이것은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다.
   경주시를 관통하는 동해남부선이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올해 연말이면 80.5㎞에 이르는 폐선로가 남게 된다. 이 폐선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주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다. 물론 80.5㎞를 모두 활용할 필요는 없다. 가장 필요한 구간에 경주의 미래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개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본뜰 필요는 없다. 뉴욕과 경주시는 전혀 성격이 다른 도시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라인파크를 만들어낸 뉴욕의 시민정신은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경주시는 경주 도심에 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막연하게 시민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경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공모를 해도 좋다. 몇몇 도시의 성공사례만 들여다보고 졸속하게 결정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시민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 창출을 위해 느린 호흡으로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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